아직 장롱에서 반팔 옷도 다 꺼내기도 전에 '여름휴가'라는 단어를 먼저 꺼내봅니다. 스쿠버다이빙에 취미를 둔 친구를 따라서 저는 지난 4월 말에 필리핀 말라파스쿠아라는 섬으로 처음 다이빙을 다녀왔습니다. 수영도 못하고 바다도 무서워하며 해양 생물에는 육상 생물만큼의 관심도 가지고 있지 못하던 저였기에, 그저 친구의 구령에 맞춰 비행기를 끊고 보트에 올랐습니다.
바닷속에서 저는 완벽한 외지인이었습니다. 이름 모를 각양각색의 물고기들이 넓은 바닷속에서 각자 볼 일을 봤습니다. 육지에서 물고기를 볼 일은 회 집 앞을 지날 때뿐이었지요. 수족관을 통해서만 보던 생물들을 바다에서 보니 신기했습니다. 거대한 산호초와 제 팔만큼 긴 성게 가시, 그 사이를 헤엄치는 물고기, 눈앞을 유유히 지나가는 환도상어. 그들이 그들의 공간에서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장면이 제게는 꽤 압도적이었습니다. 저는 보글보글 조용한 감탄사를 내질렀습니다.
이번 여름휴가를 통해, 자유로운 곳이 아닌 수족관이나 철장에 갇힌 동물들의 사정에 대해 또 고민하게 됐습니다. 이런 경험은 하루라도 빨리하는 게 좋기에, 저는 이른 '여름휴가'에 감사했습니다. 앞으로 몇 달 동안 해는 더 길어지고 뜨거워지겠지요. 쨍하게 해가 비치는 동안에는 곰들의 표정이 선명해지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만든 화천의 곰 숲이 우리의 공간이 아닌 점점 더 곰들의 공간다워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화천의 봄🌱
화천의 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느리게 찾아옵니다. 뒤늦게 여린 잎사귀들과 노란 산수유, 진달래까지 차례대로 풍경이 물들어 가고요. 곰들이 먹고 있는 식단에도 다양한 색들이 봄 따라 속속 채워집니다.
지난 겨울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던 곰들이라, 갑작스레 음식물이 들어가면 속이 놀랄까 먹는 양을 천천히 늘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곰사료부터 조금만 먹여보고 곧잘 먹으면서 변 상태도 괜찮으면 당근, 고구마, 쥬키니, 양배추, 파프리카 등을 더합니다. 이 계절에만 줄 수 있는 새순과 꽃을 따서 곰들에게 선물하면 곰들은 꺾어다 준 나뭇가지와 꽃을 곧잘 먹고 휘휘 저으며 놀기도 합니다.
곰들의 일상도 점점 바쁘게 만드는 중입니다. 자느라 못 나갔던 곰숲에도 나가 놀다 오고, 겨우내 하지 못했던 훈련도 시작했습니다. 겨울잠 자는 동안 얼마나 체중이 빠졌는지도 쟀습니다. 그간 열심히 가르친 채혈하기나 리콜을 겨울잠 자면서 다 잊으면 어쩌나 했는데 다들 아차차 기억해내는 모습이 참 신기합니다. 이들의 기억은 생각보다 길게 가고 강하게 남는 것 같습니다.
새 봄을 맞아 저희도 하루하루 달라지는 날들을 놓치지 않으려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봅니다.
🐻NEWS
✔ 농장주와의 특별한 동거
화천에서는 사육곰 농장주와 사육곰 구조 돌봄 활동가들의 기묘한 동거가 2년째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여느 때처럼 오늘도 우리는 농장주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린 후 출근하고 또 퇴근을 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훨씬 더 넓은 땅에서 커다란 생츄어리를 만드는 것이라 언젠가는 두 분과 이별을 하게 되겠지마는 그때까지 저희의 특별한 동거를 따뜻하게 지켜봐주세요.
마르코로호에서는 할머니들의 사회적 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위해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남은 280여 마리의 사육곰에게 보금자리를 선물하고자, 봉제지은이 할머님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주셨습니다. 본 제품의 수익금 20%는 곰 보금자리 프로젝트에 지정기부 됩니다. 아래 링크에서, 마르코로호 X 곰보금자리프로젝트 곰 인형 키링을 지금 바로 만나보세요!
에버랜드 판다 ‘푸바오’가 큰 관심을 받으면서 그들이 사는 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그 관심이 허공에 흩어지지 않도록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서 시민 서명을 받았습니다. 일주일 만에 3700명이 넘는 분들이 서명에 참여해주셨고, 에버랜드에 전하는 말씀들은 동물원 동물의 복지를 위해 누구나 새겨야 할 이야기로 넘쳤습니다.
저희는 4월 24일 에버랜드 담당자를 만나 출력한 서명부를 직접 전달하였습니다. 뜻을 모아주신 모든 분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