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해진 날씨와 미세먼지 소식이 들려오는걸 보니 정말 봄이 왔나봅니다. 저는 매일이 비슷한 그저그런 일상을 보내는지라 이 계절의 변화가 갑작스럽게 느껴지지만 곰들에겐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도 긴 잠에서 깨어나 활력을 찾고 식욕이 늘었다는 화천 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곰들은 언제쯤 봄이 올지를 알고 차근히 봄을 기다렸구나 싶습니다.
화천 곰들이 봄맞이를 하는 동안 저희는 사육곰 농장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전국에 퍼져있는 사육곰 농장을 직접 찾아가 농장주와 이야기를 나누고 곰들의 돌봄과 시설 상태를 확인하고 기록하는 활동입니다. 갇혀진 곰들과 그 곰을 키우는 이들을 마주하면 여러 생각과 감정이 오갑니다. 안타까움과 분노가 대립하다가 이해와 연민으로 변하기도 했다가 마지막엔 결국 이 모든 곰들에게 더 나은 삶이, 마땅한 돌봄이 주어지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라게 될 뿐입니다. 그런 날이 더 빨리, 제대로 오게하기 위해 저희가 꾸준히 목소리를 내야겠지요.
곰보금프로젝트 활동가로서 개인적으로 가장 큰 고민은 돈이었습니다. 후원금이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규모가 작은 이 단체가 언제까지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문득 문득 걱정과 불안이 솟아오르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에는 체증 같이 얹혀있던 불안이 싹 내려갔습니다. 최근 저희의 활동에 공감을 보내주는 분들이 많아지며 후원금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을 들은 덕입니다. 감사합니다. 함께하는 마음이 부끄럽지 않게 제대로 걸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래, 같이 걸어나가면 좋겠습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봄, 곰 깸!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올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만, 몸으로 봄을 맞는 일은 늘 생각보다 갑작스럽고 놀랍습니다. 왜 이렇게 덥냐며 외투를 벗어 던지듯 언제 망울이 맺혔는지도 몰랐는데 꽃깍지를 툭 하고 터뜨리고는 봄 꽃이, 새싹이 지천에서 피어납니다.
그 망울 터지는 소리가 겨울잠 자던 곰의 귀에는 들리는 걸까요? 야생곰에게는 겨울잠을 깨어나는 시기가 산야에 먹을 식물이 싹을 틔우는 시기입니다. 인간들이야 세상 무뎌서 어느 나무가 잎을 내는지, 개구리가 알을 낳는지 까맣게 모르고 있지만, 곰들은 먹고 살기 위해 다 알고 있습니다. 화천의 곰들도 자연이 밥 주는 소리를 들었는지 하나 둘 깨어났습니다.
첫 겨울잠은 무사히 치러냈습니다. 3월 중순부터 곰들은 하나씩 잠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겨우내 눌러 놓았던 식욕도 슬슬 올라오는 중입니다. 우리에게는 겨울잠을 재울 근거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농장에서 번식에 이용되던 우리 곰들은 겨울잠의 경험도 있었습니다.
다만 돌보는 사람들에게 겨울잠은 처음이라 너무 배를 곯는 건 아닌지, 자다가 혹시나 아프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많이 했더랬습니다. 칸칸이 설치된 CCTV를 통해 곰 하나하나의 행동을 분 단위로 기록하며 각자의 잠자는 패턴을 분석했습니다. 인간의 돌봄이 개입된 곰의 겨울잠이란 정말 복잡했습니다.
다행히도 곰들은 이제 태연히 일어나 기지개를 켜고 밥을 내놓으라 종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잠을 재운 중요한 이유 하나는 ‘체중 관리’입니다. 겨우내 자면서 빠져야 할 몸무게도 성공적으로 잘 빠진 것 같습니다. 잠들기 직전 12월과 비교해 적게는 8.2%, 많게는 18.1%까지 빠졌습니다. 가장 무거운 편이었던 주영이는 겨울잠을 자는 석 달 동안 23.8kg이나 줄였습니다. 이대로 봄까지 체중을 유지하다 여름부터 다시 늘어나는 자연의 곡선을 따르기 위해 또 애를 써야 합니다.
곰의 겨울잠은 인간의 몸을 가진 우리가 상상도 못할 경험입니다. 강추위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 몸 속의 지방만을 태우며 석 달을 굶는 경험을 가까이 관찰해보면, 우스갯소리로도 겨울잠을 자보고 싶다는 말은 쑥 들어갑니다. 사실 겨울잠이 곰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지도 아직은 고민하는 단계입니다. 곰은 곰의 고민을, 인간은 인간의 고민을 하면서 서로의 돌봄이 만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무사히 돌아와준 봄에 고맙습니다.
🐻NEWS
✔ 동물권행동 카라의 노동 탄압에 항의하며 연대를 중단합니다.
지난 3월 19일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동물권행동 카라(이하 카라)의 노동 탄압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양 단체의 협업을 무기한 중단할 것을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카라의 동료 활동가들이 부당한 인사조치를 당하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이 설립되어 사측과 싸우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동료 활동가들의 노동조합 활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카라와의 연대사업을 중단하였습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에서는 지난 4월 3일까지, 보전을 핑계삼아 번식을 반복하면서도 전시하는 동물의 복지에 투자를 아끼는 에버랜드에 시설 개선을 요구하는 서명을 진행하였습니다. 총 3,700여 명이 넘는 분들께서 저희와 뜻을 함께해주셨고, 더불어 많은 응원과 후원도 보내주셨습니다. 정리된 서명부는 에버랜드에 직접 전달할 예정입니다. 푸바오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에버랜드가 전시시설 개선에 투자하여, 부디 다음 번 판다 번식 때에는 관람객들이 덜 불편한 마음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