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질투하는 꽃샘추위에도 아랑곳없이 봄꽃은 폭죽처럼 사방에서 꽃잎을 터뜨리고 있습니다. 서풍에 실려오는 황사와 알레르기는 조금 괴롭지만, 여러분도 다시 찾아온 봄을 반기고 계시기를 바랍니다.
3월에는 저희에게 대형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2021년 6월, 열다섯 마리를 구조한 뒤에 처음으로 다른 사육곰 농장에서 곰 두 마리를 더 데려왔습니다! 아직 이름도 붙이지 않은 두 마리는 새로운 집으로 이사 와서 차분차분 적응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동안 저희도 ‘고작 곰 두 마리를 옮기는 일인데 왜 그렇게 힘들었을까?’하고 되짚어보는 중입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꽝꽝 얼었다 녹아내리는 화천의 땅 속 세상은 정말 분주할 것 같습니다. 곰들이 잠을 깨는 계절에 더 분주해지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의 3월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월간(月間)화천 - 3월
3월은 무언가를 시작하기에 좋은, 시작해야 할 것만 같은 달입니다. 여기저기 돋아나는 새순과 알아챌 틈도 없이 마구 피어나는 꽃봉오리들을 보고 있자니 더욱 그렇게 느껴집니다. 햇볕은 따뜻하고 꽃들은 곧 만개할 듯한 이 정취 속에서 무언가를 시작한다면 반드시 기분 좋은 마무리를 맞이할 것만 같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음이 들뜨는 날들입니다.
화천의 곰들도 봄맞이를 시작하는 듯합니다. 겨울 내내 잘 먹고 잘 놀던 미소는 느즈막히 봄잠에 빠졌는지 온종일 드러누워있기 바쁘고 때이른 봄볕 더위에 지친 칠성이는 벌써부터 고무대야에 몸을 담그고 물놀이를 시작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자 평소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어 사육장 안을 빙빙 돌기 시작하는 봄바의 모습 때문에 돌봄활동가들의 출근길은 조급하고 분주해졌습니다. 방사장 곳곳에 피어난 꽃들 사이로 걷는 알코의 모습은 "와 봄이다!"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습니다. 이 곰들이 이번 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웃음 짓게 할까요.
시작이란 주로 설렘과 기대를 떠오르게 하는 일이지만 때로는 긴장과 걱정을 동반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이번 구조가 꼭 그러했습니다. 구조를 통해 전국의 사육곰 농장 수가 줄어든다는 것, 돌봄을 받는 사육곰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 사육곰 문제해결에 한발짝 다가간다는 것은 분명 설레고 벅차오르는 일이지만 여전히 열악하고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시설에서 곰 두 마리를 더 돌본다는 것은 걱정과 염려가 뒤따르는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잘 갖추어진 시설에서 그저 곰만 잘 돌보면 되는 상황이었다면 하지 않았어도 될 걱정들 탓에 지쳤던 3월이었습니다.
우리의 돌봄을 받게 된 두 마리 곰들에게 새로운 환경에서의 시작은 어떤 의미일까요. 푹신한 볏짚으로 만든 둥지 속에서 잠든 모습을 보면 우리와의 시작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안심되었다가도 긴장과 경계가 어려있는 눈을 보고 있으면 이 시작이 그저 불편하고 괴로운 순간들일까 봐 미안하기도 합니다. 서로에게 서툴고 어색한 시작이지만 함께 쌓아갈 날들은 즐거움으로 가득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처음 맛보는 음식과 여러 가지 장난감, 생애 처음 밟아 볼 흙바닥, 웅덩이에서 하는 물놀이, 나무와 풀냄새 모두 새로운 시작이겠지만 긴장과 걱정은 곰을 돌보는 인간의 몫으로 남겨놓고 곰들의 시작은 그저 설렘과 기대만 있을 수 있도록 이번 봄은 바쁘게 보내려 합니다.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동물권행동 카라는 2월21일부터 3월1일까지 베트남의 생츄어리 세 군데를 다녀왔습니다. (후기 링크) 아홉 명의 활동가들은 생츄어리 현장에서 여러 팀으로 나뉘어 돌봄팀, 먹이팀, 동물병원팀, 풍부화팀, 운영팀을 따라다니며 견학을 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할 질문이 많았습니다. 먼저 곰을 돌보던 사람들의 정보를 잘 정리해서 한국의 사육곰을 제대로 돌보는 데에 쓰이도록 하겠습니다. 반디님들도 초대해서 이야기 나눌 기회도 조만간 만들어 보겠습니다.
이번에 추가로 구조된 두 마리 사육곰은 2019년부터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만나던 곰이었습니다. 곰이 많은 농장보다 한두 마리를 기르는 농장의 곰들은 그 표정과 몸짓이 우리의 기억에 더 오래 남기 때문에 늘 마음을 쓰던 곰들이었습니다. 가끔씩 농장을 찾아 해먹도 달아주고 먹을 것도 가져다주었지만, 당장 데려올 수 없는 상황에서 배설물이 가득 쌓인 곳의 곰들을 만나는 일이 즐겁지 않았습니다. 아직 부족함이 많은 우리의 임시 보금자리에 이들을 데려오는 결정을 한 후에 안전한 이송을 위해 농가 협상부터 마취 준비, 케이지 제작, 트럭 섭외까지 곰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작업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국 무사히 데려와 적응을 시작한 곰 두 마리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지난 3월 23일 오후에 얼룩말'세로'는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우리를 부수고 탈출해 서울 시내에서 방황하다 3시간여만에 잡혀 돌아왔습니다. 이번 탈출은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았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도 넘쳐났습니다. 세로는 정말 부모를 잃고 반항하기 위해 동물원을 탈출하였을까요? 단순히 재미있는 사건으로 끝날 것이 아니라 동물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이 사건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두 마리의 곰들을 무사히 구조했고, 곰보금자리프로젝트는 이제 총 14마리의 곰을 돌보게 되었습니다. 구조 후 곰들을 안정적으로 돌보기 위해서는 님의 후원이 절실합니다. 사육곰들에게 더 나은 삶을 위해 곰보금자리프로젝트와 함께해주세요! 😭🙏후원이 어려우시다면, 사육곰과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주변에 널리 알려주세요!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 목표모금액: 2,400만원 - 매입 구조비(1마리): 200만원 - 농장 전업지원금: 200만원 - 구조 후 돌봄 및 진료비: 2,000만원 * 곰들을 구조하기 위한 매입비용(1마리)과 이동비용, 사료비용은 동물권행동카라 해피빈 모금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