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월도 훌쩍 지나가버렸네요! 그 동안 잘 지내셨나요? 저희는 평소와 같은 듯 조금 다른 연말연시를 보냈습니다. 새해 첫 날부터 사무실에 모여 올해의 사업 계획을 세우고, 12마리의 화천곰들을 돌보느라 얼마간 가보지 못했던 다른 농장의 사육곰들을 보러 가기도 하고, 새로운 돌봄 상근활동가도 한 분 더 생겼어요!
반디님들은 새해 첫 달을 어떻게 보내셨나요? 야심 차게 세운 목표가 있는지, 새롭게 시작된 변화가 있는지, 날씨는 추워도 따뜻함과 다정함이 가득한 일상을 보내셨는지 너무너무 궁금하지만!…들을 방법이 없으니 이 뉴스레터로 저희의 이야기라도 열심히 전해 드릴게요.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NEWS
✔ 도움을 기다리는 곰 두 마리
저희가 돌보는 12마리의 곰들이 강원도 화천에 있다는 것, 다들 알고 계시죠? 그런데 사실 화천에는 저희 농장 말고도 사육곰 농장이 더 있습니다. 이곳에는 열 살 남짓한 곰 두 마리가 살고 있는데요, 직접 돌보지 못하기 때문에 같은 화천의 사육곰이지만 저희 곰들과 다른 일상을 보내는 중입니다. 마음의 짐으로 남아있던 이 곰들을 오랜만에 만나고 왔습니다.
바깥에서 일하는 돌봄활동가들에게 겨울은 마냥 반가운 계절은 아닙니다. 추위는 말할 것도 없고 끊임없이 쌓이는 눈에 얼어버리는 물까지, 안 그래도 열악했던 근무환경은 더 열악해지고, 해야 할 일은 자꾸 늘어나니까요. 한편 곰들은 잠과의 싸움을 시작했습니다. 점심쯤 느지막이 나와 비몽사몽 밥을 먹는 곰, 아예 밥 대신 잠을 택하는 곰, 이 정도 추위와 졸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열심히 돌아다니는 곰. 사람과 곰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겨울을 보내고 있는 화천의 풍경을 여러분들께 살짝 공유해 드립니다.
베트남과 중국에서 곰 생츄어리를 운영하는 <애니멀스 아시아>는 곰보금자리프로젝트가 시작될 때부터 교류하며 도와주는 단체인데요, 눈이 펄펄 내리는 설날 애니멀스 아시아의 에이미가 화천을 방문해서 우리 곰과 시설을 둘러보고 하루 돌봄을 함께했습니다. 특히 합사와 리콜을 위한 훈련 과정에 대한 조언과 열악한 시설을 극복할 아이디어를 아낌없이 줬어요🥺 에이미의 따뜻한 인사를 영상으로 보내드립니다~
지윤님은 수의테크니션, 야생동물 재활사로 일하시다가 지난 12월부터 화천에서 곰들을 돌보는 상근활동가가 되셨는데요, 기존 돌봄활동가 두 분과의 합도 잘 맞고 궂은 일도 척척 해내셔서 화천 농장에 새로운 공기를 마구마구 불어넣어주고 계시답니다. 지윤님의 얘기를 들어볼까요?
Q: 병원에서 반려동물을 돌볼 때와 야생동물센터에서 테크니션으로 일할 때, 그리고 돌봄활동을 할 때 차이가 있나요?
A: 제 생각에 ‘사육곰’은 명칭 자체가 보여주듯이 반려도 아닌, 야생도 아닌 애매한 위치에 있어요. 그래서 화천의 곰들을 돌보는 일은 반려동물과 야생동물을 다룰 때의 딱 중간인 것 같아요.
다들 어떻게 새해를 맞이하셨는지 궁금합니다. 화천의 곰들은 보내주시는 관심과 응원 덕에 무탈히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유일이는 부쩍 잠이 늘어 얼굴 보기가 힘들어졌고 알코르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활동가들만 보면 맛있는 걸 달라며 입을 쩍쩍 벌립니다. 식욕이 줄어든 미남이 덕에 같은 방을 쓰는 미소는 밥 뺏길 걱정 없이 제법 편하게 밥을 먹으며 지내고 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각자의 새해를 맞이한 곰들입니다. 어떤 사육곰 농장에서는 농장주들이 겨울내 먹이를 주지 않고 겨울잠을 재운다고 하던데 이곳의 곰들은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으며, 비록 갇힌 공간이지만, 스스로 선택한 겨울을 보내고 있어 조금은 맘이 편안합니다.
화천의 돌봄활동가들은 녹록치 않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지독한 더위가 지나고 나면 편해질 거라 생각했던 것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매일같이 영하 10도 안팎을 오가는 화천의 기온과 매서운 바람에 양말을 두 켤레 씩 신는 것은 습관이 되었고 손가락을 구부리기도 힘들 정도의 두툼한 장갑과 방한장화를 챙겨신어도 시리고 아린 손발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습니다. 잊을 만하면 쏟아져 내리는 눈을 치우느라 눈삽과 싸리비를 들고 눈과의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것도, 꽁꽁 얼어 열리지 않는 철문을 토치로 녹이고 망치로 때리며 여는 것도 일상이 되었습니다.
매일이 바쁘고 고되지만 별 수 있나요. 우리는 사육곰들을 잘 돌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돌볼 공간이 필요한 걸요.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이 이곳 뿐이니 주어진 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수 밖에요. 멀지 않은 날에 우리의 생츄어리가 생겨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곰들을 돌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눈을 쓸고 얼어붙은 철문을 열기 위해 끙끙대는 시간과 체력을 아껴 곰들을 들여다보고 즐겁게 해주는데에 더 많이 쓰고싶거든요.
방사장에 못 나가는 날, 곰들은 안에서 이러고 놀아요! 🐻💚 일상에 변화가 생기고 할 일이 생기면, 곰의 시간은 더 빨리 흐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