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화천과 서울을 오가며 곰을 돌보는 일과 곰을 돌보는데에 필요한 사무업무를 병행하고 있습니다. 부쩍 더워진 6월의 날씨를 견디며 일하다보면 하루종일 야외에서 움직이며 곰을 돌보는 일이 얼마나 고된 일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합니다. 뜨거운 햇볕과 습한 공기를 온 몸으로 감당해야하는 건 당연지사고 장마기간에는 비에 쫄딱 젖은 무거운 몸을 이끌고 하루를 보냅니다.
서울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날에 창문 밖으로 쏟아지는 비를 보고있으면 화천은 얼만큼 비가 오려나, 오늘 화천 근무자들은 비를 잘 피하며 일하고 있을까, 다들 궃은 날씨에 일하며 고생하는데 나는 속 편히 책상 앞에 앉아있어도 되는걸까- 하며 몸은 서울에, 마음은 화천에 머물러있습니다. 그렇게 생각에 빠지다보면 화천의 돌봄활동가들처럼 바깥에서 몸을 움직이며 일하는 야외 노동자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건설 노동자, 이동 노동자처럼 폭염과 폭우를 꼬박 마주하며 노동하는 이들을 생각합니다. 곰을 돌보기 전에는 잘 몰랐던, 내 일이 아니라는 이유로 들여다보려하지 않으려 했던 이들의 세계를 고민하고 들여다보게 됩니다.
곰을 돌보는 일은 다양한 방식으로 제 세계를 넓혀줍니다. 몰랐던 세계를 마주하는 건 때론 아프고 껄끄럽지만 혼자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주어 부쩍 성장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곰들이 알려주는 세계가 반갑고 고맙습니다. 비를 맞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새싹들처럼 저도 쑥쑥 성장하고 발전하는 여름을 보내보려고 합니다. 다들 각자의 방식으로 즐거운 여름을 보내실 수 있길, 더위로 인한 피해도 비로 인한 피해도 없는 무탈한 여름이기를 바랍니다.
* p.s
반디란? 곰보금자리프로젝트를 응원해주시는 분들을 위한 애칭으로 반달가슴곰 + 버디(Buddy)를 합친 단어
🌳 새로운 방사장, 마지막까지 함께해주세요!
곰들의 두 번째 방사장 공사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당초 공사는 6월 중순 내에 마무리될 예정이었습니다. 장마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공사를 끝내고 싶었고, 무엇보다 빠듯한 예산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공사가 진행될수록 곰들을 위한 환경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 여러 사항이 추가되었습니다. 동선을 조정하는 설계 변경부터 바위나 수영장과 같은 구조물까지, 사육곰이 편안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수정이 이어졌습니다. 덕분에 두 번째 방사장은 기존 계획보다도 훨씬 더 나은 방향으로 완성되어 가고 있습니다. 다만 공사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최종 견적은 초기 예산을 상당히 넘어서는 수준으로 조정되었습니다. 견적 확정 과정에서 공사 범위를 조정할지 여러 차례 고민했지만, 언제 다시 이런 규모의 방사장을 만들 수 있을지 알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마무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다소 무리해서 시작한 공사였던 만큼, 현재 우리의 재정 상황은 곰을 처음 돌보기 시작했을 때처럼 줄어든 상태입니다. 당장의 운영에 큰 차질은 없지만, 분명히 조심스럽고 걱정스러운 시기입니다. 지금껏 두 번째 방사장 공사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마지막으로 마음을 모아주시면 큰 힘이 되겠습니다!
웅담채취를 위해 사육된 곰의 경험은 이미 뒤틀려 있기도 하지만, 야생곰처럼 온전한 곰의 행동 양식을 천천히 익혀가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열 살 넘도록 한 번도 올라보지 못한 나무와 바위를 기어오르도록 유도하고, 물놀이가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알려줍니다. 나무 그늘 아래 누워 낮잠을 자는 경험도 별것 아니지만 사육곰에게는 낯설고 짜릿한 일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자연 환경과 최대한 비슷하게 꾸며놓고 곰들에게 자연물을 이용하는 방법을 우리가 천천히 알려주기 위해 보여드리는 사진처럼 꼼꼼히 짓고 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이 곰들이 이 공간을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입니다. 곰이 넘을 수 없는 튼튼한 울타리를 지어놓고 그 울타리를 넘고 싶지 않게 만들어야 합니다. 울타리 안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즐거워야 하겠죠. 그러기 위해서는 울타리 안에서의 삶이 충분히 즐거워야 합니다. 그리고 동물이 열린 문으로 걸어 나오지 않도록 세심하게 가두어야 합니다. 돌보는 사람과 돌봄 받는 곰의 안전을 위해서 서로를 살피는 작업을 상시 해야 합니다. 함께 일할 사람이 있는 것은 그래서 중요합니다.
제2곰숲 공사를 시작한지도 거진 두 달이 되어갑니다. 조용하던 화천에 공사차량이 우르르 들어와 이곳저곳 들쑤시며 시끄럽게 하니 곰도 사람도 정신이 없습니다. 곰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공사를 시작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그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에 곰들의 불안을 줄여주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육장을 청소하거나 먹이를 주는 시간에도 신경은 온통 공사하고 있는 곳에 가 있었고, 수시로 달려가 곰들의 반응을 살펴야 했습니다. 얼마나 시끄러운 작업이 될지 공사 업체와 상의하며 움직이는 것도 일상이 되었고요. 불안도가 높은 곰들은 실시간으로 수의사 활동가와 상의해 정신과 약을 먹이며 행동을 관찰했습니다. 또 주변에 최대한 신경쓰지 않도록 긴 시간 집중해서 먹어야 하는 먹이와 풍부화물을 주거나 곰 사육장과 가까운 곳에서 공사하는 날엔 사육장 주변에 천막을 이리저리 옮겨 달아 시야를 차단해 커다란 기계들이 보이지 않도록 해주었습니다. 이제 어느 정도 적응을 했는지 먹이를 먹지 않을 정도로 불안해했던 미남이는 음수대에 앞다리를 걸치고 공사하는 모습을 구경하기도 하고 내실로 뛰어들어가기 바빴던 칠롱이는 타이어해먹에 널브러져 편히 쉬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곰들은 큰 소리가 날 때면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세운 채 긴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사람도 깜짝 놀라는데 곰들은 이런 상황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요. 그럴 때마다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더 좋은 방법이 없을지,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일지 고민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