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다들 1월이면 새로운 마음으로 한 해 계획을 세우곤 하는데요. 한 달 먼저 화천에서는 곰들의 겨울잠을 위한 계획을 세웠습니다. 겨울잠을 재우려면 언제 먹이를 끊어야 좋을까, 곰들을 재우면 무엇을 해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면서요. 하지만 막상 겨울이 되니…언제 계획이 계획대로 흘러가던가요.
열 세 마리 곰들은 겨울잠에 들어가는 시기가 다 달랐고, 사무실은 전기가 나가고, 화장실은 엄동설한에 얼어붙어 우리의 계획은 지금도 수정 중입니다.
다른 곰들은 내실(곰이 들어가서 쉬는 굴)에 들어가서 겨울잠에 빠져드는 동안, 무엇이 불안한지 사육장에 나와서 빙글빙글 맴도는 소요 때문에 활동가들은 걱정이 컸는데요. 호르몬의 문제로 마음이 불안해 잠을 못 드나 하여 불안을 낮춰주는 약도 먹여보고, 잠에 들 때 식욕이 떨어지는 다른 곰들에 비해 늦게까지 배고픈가 해서 먹이도 줘보고, 배정된 내실이 마음에 들지 않나 해서 자는 덕이를 깨워 방도 바꿔줬습니다. 그래도 소요는 좀처럼 내실 밖에 나와 깨어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저희는 큰 맘 먹고 밥을 굶기고 약도 끊어보았습니다. 그제서야 소요는 하루도 지나지 않아 내실로 들어가 아주 가끔 물을 마시러 나오는 시간을 빼면 잘 자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인위적 환경에서 사람의 개입이 어디까지여야 할까 하는 고민이 더 커졌습니다. 야생이 아니라 인간의 돌봄이 계속 필요한 ‘사육곰’이기에 고민은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저 방해하지 않고 내버려둘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으니까요. 계획은 계획일 뿐입니다. 우리의 계획은 곰들이 끝없이 보내는 비언어적 신호들로 변하고 또 변합니다. 곰을 배려하는 게 어려운 이유는 우리의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둔탁한 인간의 감각기관으로 곰의 신호를 해석하는 것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겨울잠을 본격적으로 재우는 것은 처음이라 곰들이 무사히 자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도 두렵습니다. 세 명의 돌봄활동가들은 하루 종일 CCTV를 들여다보며 곰들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기록하고 의논합니다. 주영이나 어푸는 며칠에 한 번씩 물을 마시거나 볏짚을 모으러 내실에서 나와 생사를 확인시켜주기도 하지만, 얼마나 푹 자고 있는 건지 한 달 넘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유일이와 칠성이는 살아있기나 한지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곰이 일어서면 천장에 손이 닿는 내실의 구조 때문에 내실 안에서 당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볼 수가 없거든요.
다음에 진짜 생츄어리를 만든다면 겨울잠을 잘 때에도 곰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겠습니다. 곰들은 꿈에서 지금보다 그럴 듯한 공간에 있을까요? 겨울잠을 자는 곰의 꿈은 무엇으로 이루어져있을까요? 더 좋은 공간을 만들겠다는 우리의 꿈과 연결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